내 고향 제주는 바람이 많다. 특히 한겨울 불어오는 북풍은 칼날보다 더 매섭다. 아마도 그곳은 일년 중 바람이 안부는 날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그날 그 바람은 정말 평생을 두고도 기억될 것이다.
1970 태풍 빌리호 강타. 인명피해 53명, 재산피해 60억 2500만원
아침 화창한 햇살을 받으면 초등학교로 등교했을 때만 해도 태풍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시는 집에 라디오도 없던터라 일기예보를 듣지 못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칠 때쯤 억수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낡은 교실에서는 벌써 빗물이 지붕으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는 나무로 된 건물이었음) 서둘러 집으로 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무섭게 아이들과 냅다 질러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4km, 꽤 많이 가야하는 거리였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비닐우산은 아무 소용도 없다. 겨우 학교를 벗어나 내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강한 바람이 사정없이 내 몸을 밀어 버렸다. 물이 넘치는 조그만 도랑으로 바람은 나를 내동댕이 쳤다. 잔뜩 겁먹은 나는 도랑에서 겨우 빠져나와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기다시피 조금씩 집을 향해 나아갔다. 비바람과 싸우면서 가까스로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마중 나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만신창이가 된 작은 몸을 이끌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의 울음소리가 엄청나게 크게도 울렸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자 피곤했던 나는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얼마을 잤을까? 깊은 잠에 빠졌던 나는 온몸에 차가움을 느껴 눈을 떴다. 사정없이 벗을 내몸에 떨어지는 빗줄기!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 우리 집 한쪽 지붕이 날라가고 없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어스프레하게 보일 뿐이다. 놀라 온 가족이 광으로 몸을 피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지붕을 다시 덮느라 지붕위로 아래로 부산히 움직였다. 광에서도 난리다. 쥐란 놈들도 벌써 이곳으로 피신을 왔나부다. 광이 부산하다. 겨우 잠을 다시 청했지만 벼룩이들이 내몸을 노린다. 이 날 밤은 벼룩이 이놈들에게 내 몸을 헌상하고 말았다.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